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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팬픽2 [단편][by 늦은아쉬움]

제 팬픽 전문 작가이신(?) 늦은아쉬움 님의 두 번째 단편입니당~!
다들 하루 남은 2010년 잘 보내시기 바래영~!ㅎㅎㅎ



이하 픽션

그녀에 대해서는 빠구리 치는 이야기나 쓰는 년이 뭐 볼게 있겠나 싶어 그 실체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 관심을 끊은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미지의 여인에 대한 정의하기 힘든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메인 시스템에 젠더를 달아 수리 부탁받은 노트북 하드를 연결해놓고 당연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에 소라 사이트를 접속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몸짱 애교걸의 집필실을 열어본다.

'젠장 이 년은 진짜 안돌아오는건가봐.'

어느덧 상상은 꼬리를 물고 그녀의 실체를 더듬는다.

'지가 말한 것 처럼 몸짱이긴 할까?'
'애교걸이라는데 쎅은 어떨까?'
'글 쓰는거 보면 빠구리 하나는 잘 할 것 같은데 보지 맛은 어떨까?'
'걸레일까? 혹시 호기심 많은 순진한 여대생일까? 아냐 최소한 빠구리 경험은 굉장하겠지?'
'에이, 먹지도 못할 음식을 생각만 하면 뭣하나.'

뭐 이런식의 망상을 그녀의 글을 읽을 때 마다 떠올리곤 한다.

윈도우를 깔아달라던 하드는 예상과는 달리 이미 포맷이 되어있었다.
중고생들이 맡긴 컴퓨터를 잘 뒤져보면 소장용 야동이나 재밌는 파일들을 더러 발견한다. 어떨때는 동네 날나리들이 찍은 캠판 쌩포르노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번 애들 엄마가 딸 컴이 고장났다며 수리를 의뢰한 하드에서 그 집 딸이 자위하는 얼굴까지 딸린 울트라급 파일을 구하는 바람에 아직도 그 집 딸은 자율학습 대신 우리 가게에서 내 자지를 빨고 있다는걸 그 집 엄마가 알면 기절초풍 할 일일 것이다.

이번 역시 비슷한 케이스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파티션을 나누기에 앞서 하드 디스크 복원을 했다.
다행히 빠른 포맷만 되어있는지 줄줄이 파일 목록이 떳다. 야동도 있지만 중복들이 대부분이다. 중학생의 컴퓨터라는 사전정보와 달리 의외로 대학교 레포트 같은 파일제목들이 더 많다. 파일이 주루룩 올라가는 걸 곁눈질로 보며 다시 소라소설 게시판을 이리저리 클릭했다.

아무튼 이 게시판의 주인 몸짱애교걸이라는 필명 때문인지 그녀가 뿜어내는 포스 넘치는 야설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그녀는 내 상상의 헤로인이었다. 조각난 단편적인 정보로 이모 저모를 추적해 보기도 했었다. 결국 그녀의 이름을 알아내는 정도로 그쳤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현실로 다가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드디스크에서는 복원 가능 파일 목록이 주르륵 올라오고 있었다.
막장..? 찌질..? 뭐 이런 글자들을 얼핏 본것 같다.
'어??'
스크롤을 해서 올라간 파일들을 끌어내리자 수십개의 텍스트 파일들이 막장찌질고교생이라는 파일이름을 달고 복원가능리스트에 올라와있었다.

'야, 이거 문제라니까 중학생 밖에 안돼보이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자식이 야설을 보다 못해 저장까지 해뒀네그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파일 목록을 살폈다.
텍스트 파일 목록들 사이로 이상한 파일 이름들이 보인다.

'인물 설정1.txt '

'어~? 이 새끼 야설쓰나?'

그런데 그 뿐이 아니었다. 막장의 찌질 고교생에 나오는 주인공 인물들의 이름들이 txt 확장자를 달고 주르륵 뒤를 이어 복원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폴더별로 나눠서 속편과 분기 플롯까지 짜놓은 꼼꼼한 여자의 솜씨가 분명할듯이 보이는 파일 정리.

"이건 분명히 원본이다."

중국인가 홍콩 어디에선가 남자배우가 실수로 수리 맡긴 컴퓨터 때문에 대규모 스캔들이 터졌다는 뉴스는 일파만파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 성인 남자들 사이에서만 놓고 본다면 이거야 말로 그 이상가는 메가톤 급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이 노트북을 들고 온 사람이 미모의 여대생, 아니 그냥 여자이기만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가슴 졸여지는 일은 없었을것이다. 이미 본인을 확인한거라고 확신 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이걸 들고 온 사람은 고등학생도 안돼보이는 소년이었다. 게다가 이게 자기 친척 누나의 노트북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몸짱 애교걸이 막장찌질고교생을 집필한 노트북을 들고 온 그녀의 친척 남동생을 만난 것이다.
어쨋거나 그저 흘려버릴 수도 있는 이 사건의 끝을 집요하게 추적해보리라고 마음 먹는 것은 남자로써의 나의 본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노트북의 C 드라이브는 깨끗하게 포맷이 되어 있었다. 들고온 소년의 주문도 윈도우 설치였다.
추측하건데 그녀는 소설 집필을 중단하면서 컴퓨터를 포맷해버리고 어떤 식으로든 친척 동생에게 노트북이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그 후 포멧된 운영체제 없는 컴퓨터가 아무도 손 대지 않은채로 나에게 전해진 것이다.

나는 하드를 전체복원 모드로 복원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손상된 부분이 없다면 하드에 있는 모든 자료는 고스란히 내 손에 들어올 것이다. 쿠키파일들이나 인터넷 임시파일들을 복원한다면 어쩌면 그녀의 패스워드나 아이디도 다 내손에 들어온다. 즐겨찾기를 살피면 그녀가 가입한 동호회들도 알 수 있을 것이고 잘 만하면 누구의 도움 없이도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정보를 이용해 호감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씩 복원되어가는 하드디스크를 보며 나는 행복한 상상에 잠길 수 있었다.
나의 행복한 상상은 은지가 보낸 문자메세지로 인해 더욱 흥분이 고조되었다.

'오빠, 나 오늘 야자 안하고 가게로 갈께요.'

오늘 또 싱싱한 고딩 보지를 쑤시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모니터를 응시하며 입가의 미소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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